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90)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 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 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 어린 시절에 그랬던 ..
열애 - 신달자 열애 신달자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 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 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 많아 상처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버려 고질병 류머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밤 그 통증과 엎치락뒤치락 뒹굴겠다 연인 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 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나겠다. ○ 신달 (1943 ~ ) 1943년 12월 25일 경남 거창 태생. 숙명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
'대학로 공연관광 페스티벌(웰컴대학로)', 혜화동 대학로 한국관광공사는 ‘2019 대학로 공연관광 페스티벌(이하 웰컴대학로)’을 9월 2일에서 10월 27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웰컴대학로' ​ 9월 2일 ~ 10월 27일 ​ 대학로 일대 아시아 유일의 공연관광 축제 웰컴대학로는 대학로를 ‘한국의 브로드웨이’로 전세계에 알리고, 공연을 한국의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로 소개하기 위해 2017년부터 매년 가을 대학로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유일의 공연관광 축제​이다. 올해는 역대 최대 70개 공연들이 참여하여, 개막식, 웰컴씨어터 릴레이쇼, 외국인 특별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Great show in Daehakro’를 테마로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웰컴대학로 참가작들이 밴드 콘서트, 솔로, 듀엣 등 다양한 쇼의 형식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대학로 인기..
가을 엽서 - 안도현 가을 엽서 ​ 안도현 ​ ​ ​ 한 잎 두 잎 나뭇잎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 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 주고 싶습니다 ​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 ​ ☆ 안도현 (1961 ~ ) ​ 1961년 경상북도 예천군 호명면 황지동에서 아버지 안오성과 어머니 임홍교의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대구 아양국민학교,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 대구 대건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문예반 '태동기문학동인회'에 가입하여 홍승우·서정윤·박덕규·권태현·하응백·이정하 등의 선후배들을 알게 되었고, '학원문학상' 등 전국의 각종 백일장과 문예 현상공모에서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 ​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 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 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
가을 무덤 -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형도 가을 무덤 -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형도 ​ ​ ​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 시리도록 허연 이 零下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덮고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 풀씨마저 피해 날으는 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 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나온다. ​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 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 아침은 항상 우리 뒷켠에서 솟아났고 맨발로도 아프지 않던 산길에는 버려진 개암, 도토리, 반쯤 씹힌 칡. 질척이는 뜨물 속의 밥덩이처럼 부딪히며 河口로 떠내려갔음에랴. ​ 우리는 神經을 앓..
양혜규 '서기 2000년이오면'전 ,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세계무대에서 활동 중인 작가 양혜규의 ‘서기 2000년이 오면’전을 9월 3일~11월 17일 연다.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인 동시에 2015년 삼성미술관 리움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네 번째 국내 개인전이다. ​ 양혜규 '서기 2000년이 오면' ​ 9월 3일 ~ 11월 17일 ​ 국제갤러리 ​ 양혜규는 흔히 연관성이 없다고 여겨지는 역사적 인물들의 발자취나 사건들을 실험적인 방법으로 읽어왔다. 이를 통해 사회적 주체, 문화, 시간이라는 개념에 다원적이고 주관적인 접근을 꾀한다. 이번 전시는 소리 나거나 움직이는 일련의 조각 연작이 다양한 감각적 요소와 조우하고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상상과 연대의 공간이다. ​ ​ ​ ​ 전시명 ‘서기 2000년이..
태안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 , 안면도 백사장항 충남 태안의 대표 수산물인 대하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안면도에서 개최된다.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 ​ 9월 11일 ~ 10월 6일 (26일간) 안면읍 백사장항 일원 이번 축제는 대하가 가장 크고 맛있는 시기로 알려진 9월 중순부터 10월 초순까지 열리는데다, 크고 싱싱한 대하를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전국 미식가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행사 첫날인 11일에는 무료시식회와 축하공연, 노래자랑, 불꽃놀이 등이 성대하게 펼쳐지며, 13일 추석 당일에는 맨손 대하잡기, 민속놀이 체험, 팔씨름대회, 추석가요제, 7080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려 명절에 백사장항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 ​ ​ ​ 이밖에도 축제 기간 중 매주 주말, 각종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