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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날은 - 이해인 살아 있는 날은 이해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 이해인 (1945~) 1945년 강원도 양구 출생. 필리핀 세인트루이스 대학 영문과 및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이다. 1970년 ‘소년’에 ‘하늘’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불완전한 삶을 극복하고 완전한 삶을 이루려는 구도의 길을 노래한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199..
세한도 - 백무산 세한도 백무산 왜 그렸을까 집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앞서 그랬을까 목수가 보면 웃을 그림을 그렸을까 풍수가 보면 혀를 찰 집을 그렸을까 늙은 소나무 부리 위에 집을 짓다니 숲 그늘 습한 땅에 터를 잡다니 방위도 살피지 않고 지형도 살피지 않고 주위 땅이 더 높아 비만 오면 물이 콸콸 집 안으로 쏟아질 참인데 그는 아마도 유배지의 겨울 솔숲을 다 그려놓고는 못내 집이 그리워 집 한 채를 끼워넣었던 것일까 그런데 저 집은 살림집이 아니지 않은가 이상하게 크고 긴 건물과 낯선 문 궁궐일까, 그가 그리워하던 것은 옛 영화였을까 임금이었을까, 그것이 아니면 왜 저리 기막힌 소나무 아래 저리 한심한 집을 생각했을까 그는 두 가지 욕망에 괴로워했을까 그렇지 않다면 왜 저런 욕망이 깊이 깔린 그림을 그렸을까 시집『초심』..
감동적인 '수능 필적 확인 문구', 역대 수능 필적 확인 문구' 어떤것이 나왔나. 올해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박두진의 시 '별밭에 누워'의 한 구절인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로 확인됐다. 수험생 필적 확인 문구는 수험생 본인 여부를 확인해 부정행위를 막고자 2006년 도입된 것으로, 매 교시마다 문제지 표지에 제시돼 있으며, 수험생이 답안지에 자필로 옮겨 적어야 하는 문구다. 2019학년도 수능에서는 김남조 시인의 시 ‘편지’의 첫 구절인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가 수능 필적 확인 문구로 채택됐다. 오랜 수험생활로 지친 수험생에게 마치 힘을 주는 듯 한 이 필적 확인 문구는 당시 매우 어려웠던 시험 난이도와 맞물리면서 더욱 크게 화제가 됐다. 실제로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수험생의 필적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요소가 충분히 담긴 여러 문장 가운데..
MBC 단독 중계, 송가인 첫 단독 리사이틀 'Again', 티켓오픈 송가인이 오는 11월 3일 개최하는 첫 단독 리사이틀 'Again' 공연 실황을 MBC에서 단독 중계한다. 송가인 ​ 리사이틀 'Again' ​ 공연 실황 ​ MBC 단독중계 ​ 11월 3일 송가인은 '미스트롯' 프로그램에 출연해 1위를 차지하며 각종 행사섭외 1순위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 광고등을 섭렵해 대세로 거듭나고 있는 가운데 단독 콘서트 개최 소식까지 전했다. ​ 이에 송가인은 오는 11월 3일 단독 리사이틀 'Again'을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개최한다고 밝히며 팬들과 만날 것을 알렸고 이날 공연은​ MBC를 통해 특집쇼로 방송 예정이다. ​ ​ ​ ​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만큼 심혈을 기울이며 심도 있게 기획하고 있다고 알려졌으며 송가인 신곡을 기다리는 팬들의 갈증을 해소 시켜줄..
송가인, 첫 리사이틀 'Again(어게인)'​, 경희대 평화의 전당 송가인은 오는 11월 3일 (일) 데뷔 후 첫 단독 리사이틀 ‘Again’(어게인)을 개최한다 (공연 시작 시각은 아직 미정입니다.) 송가인, 첫 리사이틀 'Again(어게인)' ​ 11월 3일(일) ​ 경희대 평화의 전당 ​ ‘내일은-미스트롯’에 출연해 1위를 차지하며 각종 행사 섭외 1순위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 광고 등을 섭렵해 대세로 거듭나고 있는 송가인은 이번 리사이틀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 특히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만큼 심도 있는 기획은 물론, 송가인 신곡을 기다리는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신곡 무대, 특별한 무대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 ​ ​ ​ 송가인은 현재 바쁜 일정 속에서도 국내 최정상 작곡가들에게 170여곡의 노래를 받아 선별 작업에 돌..
스며드는 것 - 안도현 스며드는 것 ​ 안도현 ​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 ​ ​ ☆ 안도현 ​ 1961년 경상북도 예천군 호명면 황지동에서 아버지 안오성과 어머니 임홍교의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대구 아양국민학교,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 대구 대건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문예반 '태동기문학동인회'에 가입하여 홍승우·서정윤·박덕규·권태현·하응백·이정하 등의 선후..
삭주 구성(朔州 龜城) - 김소월 삭주 구성(朔州 龜城) ​ 김소월 ​ ​ ​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 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 리 삭주 구성(朔州 龜城)은 산(山)을 넘은 육천 리요 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님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텐고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 ​ ​ ☆ 김소월 (1902 ~ 1934) ​ 시인. 평안북도 구성 출생. 본관은 공주. 본명은 정식(廷湜). 아버지는 성도(性燾), 어머니는 장경숙(..
고향(故鄕) - 백석 고향(故鄕) ​ 백석 ​ ​ ​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故鄕)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 씨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醫員)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이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 ​ ​ ☆ 백석 (1912 ~ 1996) ​ 본명은 백기행(白夔行), 필명은 백석(白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