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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 ​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 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 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
가을 무덤 -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형도 가을 무덤 -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형도 ​ ​ ​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 시리도록 허연 이 零下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덮고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 풀씨마저 피해 날으는 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 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나온다. ​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 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 아침은 항상 우리 뒷켠에서 솟아났고 맨발로도 아프지 않던 산길에는 버려진 개암, 도토리, 반쯤 씹힌 칡. 질척이는 뜨물 속의 밥덩이처럼 부딪히며 河口로 떠내려갔음에랴. ​ 우리는 神經을 앓..
양혜규 '서기 2000년이오면'전 ,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세계무대에서 활동 중인 작가 양혜규의 ‘서기 2000년이 오면’전을 9월 3일~11월 17일 연다.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인 동시에 2015년 삼성미술관 리움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네 번째 국내 개인전이다. ​ 양혜규 '서기 2000년이 오면' ​ 9월 3일 ~ 11월 17일 ​ 국제갤러리 ​ 양혜규는 흔히 연관성이 없다고 여겨지는 역사적 인물들의 발자취나 사건들을 실험적인 방법으로 읽어왔다. 이를 통해 사회적 주체, 문화, 시간이라는 개념에 다원적이고 주관적인 접근을 꾀한다. 이번 전시는 소리 나거나 움직이는 일련의 조각 연작이 다양한 감각적 요소와 조우하고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상상과 연대의 공간이다. ​ ​ ​ ​ 전시명 ‘서기 2000년이..
태안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 , 안면도 백사장항 충남 태안의 대표 수산물인 대하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안면도에서 개최된다.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 ​ 9월 11일 ~ 10월 6일 (26일간) 안면읍 백사장항 일원 이번 축제는 대하가 가장 크고 맛있는 시기로 알려진 9월 중순부터 10월 초순까지 열리는데다, 크고 싱싱한 대하를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전국 미식가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행사 첫날인 11일에는 무료시식회와 축하공연, 노래자랑, 불꽃놀이 등이 성대하게 펼쳐지며, 13일 추석 당일에는 맨손 대하잡기, 민속놀이 체험, 팔씨름대회, 추석가요제, 7080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려 명절에 백사장항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 ​ ​ ​ 이밖에도 축제 기간 중 매주 주말, 각종 체험..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 대한민국예술원 미술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대한민국예술원(회장 나덕성, 이하 예술원)은 9월 3일(화)부터 27일(금)까지 예술원 미술관(서초구 반포동 소재)에서 ‘제40회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이하 예술원 미술전)’을 개최한다.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 ​ 9. 3.(화)~27.(금) ​ 대한민국예술원 미술관 전시실 1979년 첫 회를 시작으로 올해 40회째를 맞이한 예술원 미술전에서는 한국화와 서양화, 조각, 공예, 서예 등 각 미술 분야를 대표하는 예술원 미술 분과 회원 19명의 작품 32점에 작고회원 소장 작품 1점을 더해 작품 총33점을 전시한다. 현 회원 주요 출품작은 ▲ 한국화 분야 이종상 작 ‘원형상-범죄 없는 마을’ 등 4점, ▲ 서양화 분야 이준 작 ‘무유(舞遊)’ 등 13점, ▲ 조각 분야 전뢰진 ..
가을 - 김종길 가을 김종길 ​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사물의 명암과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을이다. 아 내 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 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 해가 많이 짧아졌다. ​ ​ ​ ​ ☆ 김종길 (1926 ~ 2017) ​ 본명은 김치규(金致逵). 1926년 11월 5일 경북 안동 출생. 고려대 영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셰필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다. ​ 한국시인협회장, 고려대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문」이 입선하여 등단한 이후 시인과 시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대개의 이미지스트들이 경박한 모더니티에서 머물고 마는 데 비하여 그의 시는 첫 시집 『성탄제』(1969)에..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구월이 오면 ​ 안도현 ​ ​ ​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가는 것을 ​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세월이 가면 박인환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광야 - 이육사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참아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1904~1944) 일제 강점기의 시인이며, 본명은 이활(李活)이다. 1925년 의열단에 가입하고 1926년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 사관학교에 입학해 군사 교육을 받았다. 1927년 귀국해 의열단 활동을 하며 조선은행 대구 지점 폭파를 계획하다 발각되어 3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 후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1933년 귀..
그날이 오면 - 심훈 그날이 오면 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曺)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처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 (1901~1936) 서울 출생. 본명은 대섭(大燮). 경성제일고보 재학시 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