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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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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엽서 - 안도현 가을 엽서 ​ 안도현 ​ ​ ​ 한 잎 두 잎 나뭇잎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 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 주고 싶습니다 ​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 ​ ☆ 안도현 (1961 ~ ) ​ 1961년 경상북도 예천군 호명면 황지동에서 아버지 안오성과 어머니 임홍교의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대구 아양국민학교,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 대구 대건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문예반 '태동기문학동인회'에 가입하여 홍승우·서정윤·박덕규·권태현·하응백·이정하 등의 선후배들을 알게 되었고, '학원문학상' 등 전국의 각종 백일장과 문예 현상공모에서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 ​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 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 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
가을 무덤 -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형도 가을 무덤 -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형도 ​ ​ ​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 시리도록 허연 이 零下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덮고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 풀씨마저 피해 날으는 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 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나온다. ​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 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 아침은 항상 우리 뒷켠에서 솟아났고 맨발로도 아프지 않던 산길에는 버려진 개암, 도토리, 반쯤 씹힌 칡. 질척이는 뜨물 속의 밥덩이처럼 부딪히며 河口로 떠내려갔음에랴. ​ 우리는 神經을 앓..
가을 - 김종길 가을 김종길 ​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사물의 명암과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을이다. 아 내 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 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 해가 많이 짧아졌다. ​ ​ ​ ​ ☆ 김종길 (1926 ~ 2017) ​ 본명은 김치규(金致逵). 1926년 11월 5일 경북 안동 출생. 고려대 영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셰필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다. ​ 한국시인협회장, 고려대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문」이 입선하여 등단한 이후 시인과 시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대개의 이미지스트들이 경박한 모더니티에서 머물고 마는 데 비하여 그의 시는 첫 시집 『성탄제』(1969)에..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구월이 오면 ​ 안도현 ​ ​ ​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가는 것을 ​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
광야 - 이육사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참아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1904~1944) 일제 강점기의 시인이며, 본명은 이활(李活)이다. 1925년 의열단에 가입하고 1926년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 사관학교에 입학해 군사 교육을 받았다. 1927년 귀국해 의열단 활동을 하며 조선은행 대구 지점 폭파를 계획하다 발각되어 3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 후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1933년 귀..
그날이 오면 - 심훈 그날이 오면 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曺)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처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 (1901~1936) 서울 출생. 본명은 대섭(大燮). 경성제일고보 재학시 3 · ..
염천 - 정끝별 염천 정끝별 능소화 담벼락에 뜨겁게 너울지더니 능소화 비었다 담벼락에 휘휘 늘어져 잘도 타오르더니 여름 능소화 꽃 떨구었다 그 집 담벼락에 따라갈래 따라갈래 달려가더니 여름내 능소화 노래 멈췄다 술래만 남은 그 옛집 담벼락에 첨밀밀첨밀밀 머물다 그래그래 지더니 올여름 장맛비에 능소화 그래 옛일 되었다 가을 든 네 집 담벼락에 여우는 사춘기 : 네이버쇼핑 스마트스토어 동일상품을 가장 낮은 가격으로 파는 쇼핑몰 smartstor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