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90) 썸네일형 리스트형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옛날의 그 집 박경리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 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극진한 꽃밭 - 안도현 극진한 꽃밭 안도현 봉숭아꽃은 마디마디 봉숭아의 귀걸이, 봉숭아 귓속으로 들어가는 말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제일 먼저 알아들으려고 매달려 있다가 달랑달랑 먼저 소리를 만들어서는 귓속 내실로 들여보내고 말 것 같은, 마치 내 귀에 여름 내내 달려 있는 당신의 말씀 같은, 귀걸이를 달고 봉숭아는 이 저녁 왜 화단에 서서 비를 맞을까 왜 빗소리를 받아 귓불에 차곡차곡 쟁여두려고 하는 것일까 서서 내리던 빗줄기는 왜 봉숭아 앞에 와서 얌전하게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일까 빗줄기는 왜 결절도 없이 귀걸이에 튀어 오른 흙탕물을 빗방울의 혀로 자분자분 핥아내게 하는 것일까 이 미칠 것 같은 궁금증을 내려놓기 싫어 나는 저녁을 몸으로 받아들이네 봉숭아와 나 사이에, 다만 희미해서 좋은 당신과 나 사이에 저녁의 제일 어.. 별 - 신경림 별 신경림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 신경림 1936년 4월 6일 충청북도 중원에서 태어났다. 1960년 동국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1955∼1956년 《문학예술》에 이한직의 추천을 받아 시 《낮달》 《갈대》 《석상》 등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건강이 나빠 고향으로 내려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현대문학사, 희문출판사, 동화출판사 등에서 편집일을 맡았다. 한때 절필하기도 하였으나 1965년부터 다시 시를 창작하였.. 무용극 '이터널 나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2014년 미국 공연예술센터 브루클린음악아카데미 (BAM·Brooklyn Academy of Music)에서 초연된 멀티미디어 무용극 '이터널 나우'가 오는 6~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1 무대에 오른다. 무용수 9명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몸짓으로 그려내는 인간 내면과 열정, 혼이 라이브 영상, 음악과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뉴욕 화이트웨이브김영순댄스컴퍼니를 이끄는 김영순 예술감독이 2010년부터 지속해 온 '히어 나우'(Here NOW)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2014년 150년의 BAM 역사상 최초로 선보인 한국인 안무가 작품으로 한국 공연예술계에 큰 의미를 남겼다.작곡과 연주는 이탈리아 아방가르드 뮤지션 선두주자인 마르로 카펠리의 어쿠스틱 트리오가, 영상은 멀티.. 통영한산대첩축제, 이순신 장군 퍼레이드, 통영국제음악당, 도남관광단지 경남 통영시는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이순신의 물의 나라’를 주제로 제58회 통영한산대첩축제를 도남관광단지 및 통영시 일원에서 개최한다. 이순신 장군의 테마 축제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 하는 통영한산대첩축제는 통제영의 300년의 역사와 이순신, 한산대첩의 승전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축제로 역사·문화와 재미가 함께하는 통영만의 풍성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한다. 10일 오후 4시 통영충렬사에서 성공적인 축제를 기원하는 고유제를 시작으로 통제영에서 한산대첩광장까지 군점 및 이순신장군 행렬 재현과 함께 시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버블 코스프레 거리 퍼레이드가 이어 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한산대첩 재현’은 11일 오후 6시 한산만 일대에서 거북선을 비롯한 1..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 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빠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동규: 1938년 평남 출생. 1958년 으로 등단. 시집으로 『풍장』,『몰운대행』등이 .. 그 꽃 - 고은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고은: 1933년 전북 군산 출생. 1958년 으로 등단. 시집으로 『피안감성』, 『조국의 별』, 『만인보』, 『백두산』, 『고은 전집』 등 저서 100여 권이 있음. 제1회 대산문학상, 제1회 만해대상 문학부문 등 수상. 본명 고은태(高銀泰). 전라북도 군산에서 출생하였다. 군산중학교 4학년까지가 공식적인 학력이다. 1952년 20세의 나이로 입산하여 승려가 되었다. 법명은 일초(一超)로 효봉선사의 상좌가 된 이래 10년간 참선과 방랑의 세월을 보내며 시를 써왔다. 조지훈 등의 천거로 1958년 《현대시》에 《폐결핵》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하였다. 1960년 첫 시집 《피안감성(彼岸感性)》을 간행하였고.. 초토의 시.1 - 구상 초토의 시·1 구상 판잣집 유리딱지에 아이들 얼굴이 해바라기마냥 걸려 있다. 내려 쪼이던 햇발이 눈부시어 돌아선다 나도 돌아선다. 울상이 된 그림자 나의 뒤를 따른다. 어느 접어든 골목에서 걸음을 멈춘다. 잿더미가 소복한 울타리에 개나리가 망울졌다. 저기 언던을 내려 달리는 소녀의 미소엔 앞니가 빠져 죄 하나도 없다. 나는 술 취한 듯 흥그러워진다. 그림자 웃으며 앞장을 선다. ☆ 구상: 1919년 함남 원산 출생. 1946년 시지 사건으로 필화를 입고 월남. 시집으로 『구상』, 『까마귀』,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 『구상 시전집』 등이 있음. 본명은 구상준(具常浚)이다. 본관은 능성(綾城), 호는 운성(暈城)이다. 1919년 서울에서 ..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