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90) 썸네일형 리스트형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또 다른 고향 윤동주 고향(故鄕)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宇宙)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白骨)을 들여다 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白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白骨)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故鄕)에 가자. ☆ 윤동주(1917~1945) 북간도 명동촌 출생. 생애 및 활동사항 1931년 명동소학교를 졸업하고, 달라즈[大拉子] 중국인 관립학교를 거쳐 이듬해 가족이 용정(.. 잠꼬대 아닌 잠꼬대 - 문익환 잠꼬대 아닌 잠꼬대 문익환 난 올해 안으로 평양으로 갈 거야 기어코 가고 말 거야 이건 잠꼬대가 아니라고 농담이 아니라고 이건 진담이라고 누가 시인이 아니랄까 봐서 터무니없는 상상력을 또 펼치는 거야 천만에 그게 아니라구 나는 이 1989년이 가기 전에 진짜 갈 거라고 가기로 결심했다구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 있지 않아 모란봉에 올라 대동강 흐르는 물에 가슴 적실 생각을 해보라고 거리 거리를 거닐면서 오가는 사람 손을 잡고 손바닥 온기로 회포를 푸는 거지 얼어붙었던 마음 풀어버리는 거지 난 그들을 괴뢰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인민이라고 부를 생각도 없어 동무라는 좋은 우리 말 있지 않아 동무라고 부르면서 열 살 스무 살 때로 돌아가는 거지 아 얼마나 좋을까 그땐 일본 ..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 한용운 1879.8.29 ~ 1944.6.29 본관 청주(淸州), 호 만해(萬海·卍海), 속명 유천(裕天), 자 정옥(貞玉), 계명 봉완(奉玩)이다. 1879년 8월 29일 충청남도 홍성(洪城)에서 출생하였다... 금붕어 - 김기림 금붕어 김기림 금붕어는 어항 밖 大氣(대기)를 오를래야 오를 수 없는 하늘이라 생각한다. 금붕어는 어느새 금빛 비늘을 입었다 빨간 꽃 이파리 같은 꼬랑지를 폈다. 눈이 가락지처럼 삐어져 나왔다. 이젠 금붕어의 엄마도 화장한 따님을 몰라 볼 게다. 금붕어는 아침마다 말숙한 찬물을 뒤집어쓴다 떡가루를 흰 손을 천사의 날개라 생각한다. 금붕어의 행복은 어항 속에 있으리라는 傳說(전설)과 같은 소문도 있다. 금붕어는 유리벽에 부딪혀 머리를 부수는 일이 없다. 얌전한 수염은 어느새 國境(국경)임을 느끼고는 아담하게 꼬리를 젓고 돌아선다. 지느러미는 칼날의 흉내를 내서도 항아리를 끊는 일이 없다. 아침에 책상 위에 옮겨 놓으면 창문으로 비스듬히 햇볕을 녹이는 붉은 바다를 흘겨본다. 꿈이라 가르쳐진 그 바다는 넓기도.. 나그네 - 박목월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박목월 (1915~1978) 생애 및 활동사항 본명은 박영종(朴泳鍾). 경상북도 월성(지금의 경주) 출신. 1935년 대구의 계성중학교(啓聖中學校)를 졸업하고, 도일(渡日)해서 영화인들과 어울리다가 귀국하였다. 1946년 무렵부터 교직에 종사하여 대구 계성중학교, 이화여자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연세대학교·홍익대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1962년부터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임하였다. 1947년 한국문필가협회 발족과 더불어 상임위원으로 문학운동에 가담, 문총(文總) 상임위원·청년문..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선운사 동백꽃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 받고 살얼음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때문에 그까짓 여자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서서 엉엉 울었다. 김용택 1948~ 전북 임실 출생. 순창농림고교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였고, 전북작가회 회장, 전북환경운동 공동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덕치초등학교에서 30년간의 교사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에 연작시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하였다. 그의 초기시는 대부분 섬진강을 배경으로 농촌의 삶과 농민들의 모습을 정감있게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연작시 「섬진강」의 경우, 시적 서정.. 나와 나타샤와 희 당나귀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백석 ( 1912~1996) 평안북도 정주출생 생애 및 활동사항 1912년.. 못잊어 - 김소월 몾잊어 김소월 몾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몾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몾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 김소월(1902~1934) 평안북도 구성 출생. 개설 본관은 공주(公州). 본명은 김정식(金廷湜). 평안북도 구성 출생. 아버지는 김성도(金性燾), 어머니는 장경숙(張景淑)이다. 2세 때 아버지가 정주와 곽산 사이의 철도를 부설하던 일본인 목도꾼들에게 폭행을 당하여 정신병을 앓게 되어 광산업을 하던 할아버지의 훈도를 받고 성장하였다. 생애 및 활동사항 사립인 남산학교(南山學校)를 거쳐 오산학교(五.. 이전 1 ··· 3 4 5 6 7 8 9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