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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구월이 오면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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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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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도현

1961년 12월 15일 경북 예천 출생.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전통적 서정시에 뿌리를 두고 있는 안도현은 개인적 체험을 주조로 하면서도 사적 차원을 넘어서 민족과 사회의 현실을 섬세한 감수성으로 그려내는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순수한 젊음의 시각에서 삶과 역사를 서정적으로 그려낸 『서울로 가는 전봉준』(1985), 주변 삶의 쓸쓸함과 현실에 대한 성찰이 담긴 『모닥불』(1989), 시대적 문제와 마음의 갈등을 다룬 『그리운 여우』(1997), 바닷가 우체국과 시골 이발관 등 사소해 보이는 풍물을 애잔하고 낭만적으로 다룬 『바닷가 우체국』(1999) 등의 시집을 간행하였다.

이외에도 『바닷가 우체국』(2003),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2004),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2005), 『간절하게 참 철없이』(2008) 등을 간행하였으며, 소설집으로 연어의 모천회귀를 성장의 고통 및 사랑의 아픔에 빗대어 그린 『연어』(1996)가 있다.  #구월 #9월 

출처: 안도현 [安度眩] (한국현대문학대사전,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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