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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정조와 화성, ‘셩: 판타스틱 시티’, 수원시립미술관 기획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지난 23일 시작한 기획전 ‘셩: 판타스틱 시티’는 수원이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두 개의 성을 주제로 한다.

하나는 미술관과 맞닿아 있는 ‘수원화성’이고 다른 하나는 ‘이셩(성)’이다.

 

수원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유명한 성곽이다.

그러나 ‘이셩’은 생소하다.

사실 이셩은 ‘이산’으로 잘 알려져있는 조선 22대 왕 정조의 이름이다.

정조는 즉위 후 원래 이산으로 읽었던 이름의 음을 이셩으로 고쳤다.

그러니까 이번 전시의 주제는 수원화성과 그 성을 지은 정조다.

 

2015년 10월 문을 연 수원시립미술관은 지금도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의 관장 격인 김찬동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은 지난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설정하고 있는 중요한 범주 3개는 수원화성과 (수원 출신인) 나혜석의 여성주의, (수원에 있는)삼성전자 등 IT를 기반으로 한 융복합전시”라며

“이번 전시는 그중 첫번째인 수원화성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민정기의 ‘서장대에서 본 광교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이이남의 영상작품 ‘다시 태어나는 빛’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전시에 참여한 작가 10명은 모두 신작을 내놨다.

민정기(70), 서용선(68), 나현(49), 박근용(61), 최선(46), 김도희(40), 이이남(50), 김성배(65), 안상수(67), 김경태(36) 등 면면도 다양하다.

‘민중미술 계열 화가’로 꼽히는 민정기는 ‘봉수당을 복원하다’와 ‘서장대에서 본 광교산’ ‘유형원의 반계서당’ 등에서 수원 도심의 현재 모습과 그 속에 담긴 역사를 자유로운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이이남은 ‘다시 태어나는 빛’이라는 15분30초짜리 영상작품 속에서 수원화성의 과거와 현재를 뒤섞었다. 

 

 

 

김도희의 ‘만인융릉’. 건너편으로는 최선의 ‘나비’와 ‘침대성’이 보인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총 3부로 구성된 전시에서 핵심은 최선과 김도희가 꾸민 2부다.

최선이 2014년부터 지금까지 그려오고 있는 ‘나비’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숨결이 담겨있다.

여기서 숨결은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최선은 ‘나비 프로젝트’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물감을 입으로 불어 작품을 그리게 만들었다.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나비 옆에는 다양산 사람들이 사용한 침대 시트로 수원 팔달산의 형상을 만든 ‘침대성’이 자리하고 있다.

최선은 “여기서 성을 짓던 여러 사람들이 많이 생각났다”며 “이렇게 큰 화성이라는 것도 한사람한사람의 노력으로,

한땀한땀 돌을 쌓아 올린 것일테고,

그런 사람들을 한명한명 기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선과 2부 공간을 나눠쓰고 있는 김도희의 ‘만인융륭’은 흙으로 만든 수백개의 무덤이다.

김도희는 낙동강의 모래부터, 자신이 가꾸고 있는 밭의 흙까지 다양한 재료를 가져와 무덤군을 만들었다.

전시장이란 실내 공간에 쌓여있는 붉고 누런 흙을 보고 있으면 현실과 비현실,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융릉’은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합장되어 있는 무덤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쉬운 면도 있다. 수원의 지역성을 강조한 기획의도는 좋았지만 전체 주제를 ‘두개의 성’으로 짜맞춘 것은 조금 억지스럽다.

또 너무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다보니 주제를 벗어나는 작품도 눈에 띈다.

다만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신생 미술관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이 보인다.

 

김찬동 사업소장은 “정조의 혁신성과 그것의 실체인 수원화성이 어떻게 현재를 위한 사유와 미래를 위한 기대감으로 바뀌는지 함께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료는 성인 4000원, 전시는 오는 11월3일까지 이어진다.

 

 

출처: 경향신문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2019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