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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살아 있는 날은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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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날은  

 

     이해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 이해인 (1945~)

 

1945년 강원도 양구 출생. 필리핀 세인트루이스 대학 영문과 및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이다.

 

1970년 ‘소년’에 ‘하늘’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불완전한 삶을 극복하고 완전한 삶을 이루려는 구도의 길을 노래한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1993), 아름다운 사계절과 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그려낸 ‘사계절의 기도’(1993), 신을 향한 수행자로서의 삶과 주제기도를 담은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었네’(1999), 자연과 일상의 모습을 통해 행복을 찾아가는 ‘고운 새는 어디에 숨었을까’(2000)를 발표했다.

 

1976년 시집 ‘민들레 영토’ 데뷔, 2007년 천상병 시문학상 수상  

2000~2002 부산 가톨릭대학교 지산교정 인성교양부 겸인교수

출처: 글로벌이코노믹 20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