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무렵
맹문재
흙냄새 나는 나의 사투리가 열무 맛처럼 담백했다
잘 익은 호박 같은 빛깔을 내었고
벼 냄새처럼 새뜻했다
우시장에 모인 아버지들의 텁텁한 안부인사 같았고
돈이 든 지갑처럼 든든했다
빨랫줄에 널린 빨래처럼 평안한 나의 사투리에는
혁대가 필요하지 않았다
호치키스로 철하지 않아도 되었고
일기예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
나의 사투리에서 흙냄새가 나던 날들의 추석 무렵
시내버스 운전사의 어깨가 넉넉했다
구멍가게의 할머니 얼굴이 사과처럼 밝았다
이발사의 가위질소리가 숭늉처럼 구수했다
신문대금 수금원의 눈빛이 착했다
☆ 맹문재 (1965 ~ )
1963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 및 같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시와 평론 활동을 함께 활발히 하는 우리 시대 대표적인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1991년 '문학정신'으로 등단했다.
시론 및 비평집으로 '한국 민중시 문학사', '패스카드 시대의 휴머니즘 시', '지식인 시의 대상애', '현대시의 성숙과 지향'이 있다.
시집으로 '먼 길을 움직인다', '물고기에게 배우다', '책이 무거운 이유' 등을 출간했다.
현재 안양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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