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화 ’ 빠진 ‘위대한 채색화가’ 박생광전, 대구미술관

 

뱍생관의 전봉준

 

 

 

 

 

 

 

 

박생광, '여인과 북' 1980년대, 종이에 수묵채색, 46x6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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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래 악귀를 누른 채 피리를 불고 있는 노인. 타계하기 15일 전 그린 그림에서 노인은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듯 옷이 온통 붉다. 늘 배경까지 원색으로 가득 채우곤 했지만, 유작이 된 이 그림에서 여백이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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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도(老笛圖·피리 부는 노인이라는 뜻)’를 미완성으로 남기고 떠난

‘위대한 채색화가’ 박생광(1904∼1985)의 회고전

(10월 20일까지)이

대구광역시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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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생광은 채색 화가다. 채색화는 해방 이후 ‘일본화 청산’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미술계에서 홀대를 받았던 장르였다.

1970∼1980년대에는 한국화에서는 흑백의 수묵화, 서양화에서는 중성색의 단색화가 주류 미술이 됐다.

그런데도 박생광은 표표히 채색화의 길을 걸으며 혁신을 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피를 토하듯 강렬한 채색의 유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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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생광의 유작이 된 마지막 작품 <노적도>. 1985년, 종이에 수묵채색, 138.5x140cm. 대구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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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 태생의 박생광은 20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시립회화전문학교에서 일본화를 배웠다.

해방과 함께 귀국한 이후에는 시대 분위기 탓에 숨죽이며 공백기를 거쳐야 했다.

그러다 서울로 이사 온 1967년을 기점으로 여러 실험을 하며 채색화의 새길 모색했다.

80여 점의 회화가 나온 이번 전시에는 그 시기 치열했던 고민을 보여주듯, 추상화적인 작품도 나와 뭉클하다.

수묵채색에 금박을 사용한 ‘이브 2’는 클림트의 몽환적 세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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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생광은 1977년 무렵부터 한국성 찾기에서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소재에선 민화, 단청, 문살, 용, 십장생, 초가 등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것들이 들어왔다.

형식에선 오방색의 날 것 그대로의 원색과 화면을 꽉 채우는 구성, 그리고 주황색의 외곽선을 사용하는 특유의 ‘내고 스타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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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생광, '여인과 함', 연도미상, 한지에 수묵, 46x69.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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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이 70대에 이르러 혁신적 스타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작가는 후두암으로 타계하기 3년 전인 1982년부터 마지막 4년간 화혼을 불태우며 역사화라는 새 영역을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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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생광의 전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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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혁명의 지도자 ‘전봉준’,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는 ‘명성황후’ 등 역사 인물을 대작의 화폭에 담았다.

한국 채색화의 현대화를 견인한 그의 작품성은 세계의 인정을 받아 198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르 살롱전’의 특별전에 초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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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생광의 전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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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생광 개인전은 2004년 서울 갤러리현대에서 열렸던 탄생 100주년 기념전 이후 15년 만이다.

단색화의 인기가 주춤하는 시점에서 채색화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전이라 뜻깊다.

밑그림으로 그렸던 소묘도 80점 나와 작가 체취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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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도 있다. 전시 구성에서 중복된 인상을 준다. ‘민화에서 찾은 소재’ ‘꽃과 여인, 민족성’ ‘민족성의 연구’ ‘무속에서의 민족성 찾기’ 등으로 분류했는데, 명확성이 떨어져 혁신의 과정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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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화 대표작인 ‘전봉준’(국립현대미술관 소장)과 ‘명성황후’(이영미술관 소장)가 나오지 못해 화가 인생의 최대 성취가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명성황후’는 소장자와 유족 측의 갈등으로, ‘전봉준’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다음 전시 일정과 겹쳐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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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일보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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