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4) 썸네일형 리스트형 추일서정(秋日抒情) - 김광균 추일서정(秋日抒情)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세로팡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버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을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간다. ☆ 김광균 (1914∼1993) 생애 및 활동사항 경기도 개성 출생. 송도상업학교(松都商業學校)를 졸업하고 고무공장 사원으로 .. 가을 엽서 - 안도현 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 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안도현 (1961 ~ ) 1961년 경상북도 예천군 호명면 황지동에서 아버지 안오성과 어머니 임홍교의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대구 아양국민학교,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 대구 대건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문예반 '태동기문학동인회'에 가입하여 홍승우·서정윤·박덕규·권태현·하응백·이정하 등의 선후배들을 알게 되었고, '학원문학상' 등 전국의 각종 백일장과 문예 현상공모에서 .. 가을 무덤 -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형도 가을 무덤 - 祭亡妹歌(제망매가) 기형도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시리도록 허연 이 零下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덮고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풀씨마저 피해 날으는 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 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나온다.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 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아침은 항상 우리 뒷켠에서 솟아났고 맨발로도 아프지 않던 산길에는 버려진 개암, 도토리, 반쯤 씹힌 칡. 질척이는 뜨물 속의 밥덩이처럼 부딪히며 河口로 떠내려갔음에랴. 우리는 神經을 앓.. 가을 - 김종길 가을 김종길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사물의 명암과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을이다. 아 내 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 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 해가 많이 짧아졌다. ☆ 김종길 (1926 ~ 2017) 본명은 김치규(金致逵). 1926년 11월 5일 경북 안동 출생. 고려대 영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셰필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다. 한국시인협회장, 고려대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문」이 입선하여 등단한 이후 시인과 시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대개의 이미지스트들이 경박한 모더니티에서 머물고 마는 데 비하여 그의 시는 첫 시집 『성탄제』(1969)에..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