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아메리카 들소 - 윤재철

여구심서 2019. 8. 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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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들소

            윤재철

 

 

네 고향은 이제 빼앗긴 아메리카 대평원이지만

선량하고 거대한 네 어깨는 어쩌면

시골길의 야트막한 산봉우리들을 닮아

어깨로부터 길게 늘어진 머리는

하늘보다 늘 땅에 가깝다

어릴 적 미군부대 철조망에 매달려

헬로우 헬로우 껌을 외칠 때

기름칠을 하던 기관총을 우리를 향해 겨누던

벌거벗은 미군 병사의 거대한 체구를 너는 닮았지만

실상 나의 머리 속에는

우르르 몰려왔다 몰려가며

백인들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인디언의 등돌린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하여 너를 돌아가라고 하지 못하는 걸까

기름지고 광활한 네 조국

너를 잡아 부강하고 비대해진 네 조국

아메리카로 돌아가라고 하지 못하는 걸까

디굴디굴하고 안으로 깊은 네 눈을 보면

아메리카는 하나의 수모에 불과해

네 눈은 논두렁길 둠벙처럼 깊은 핏발이 선다

어스름이 내리고 창경원에서도 구석진

네 우리에서는 구경꾼들이 제일 먼저 사라진다

나무들 사이로 어둠이 오고

건너편 숲속의 사슴들도 길게 길게 엎드릴 때

아직 지치지 않은 네 어깨만 남아

물먹은 산같이 서 있었다.

☆ 윤재철: 1953년 충남 논산 출생.

 

1981년 <오월시>로 등단. 시집으로 『아메리카 들소』,『생은 아름다울지라도』등이 있음. 신동엽창작기금 수혜. 도서출판 『푸른 나무』주간 역임.

 

 

1953년 대한민국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2년 ‘오월시’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5년 성동고 재직 시절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소설가 송기원, 시인 김진경 등과 함께 투옥, 해직되었다. 교직을 잃어버린 시인은 그때부터 전교조 창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출판사 대표를 맡고 있던 중 복직되어 다시 교단에 섰다.[1]

1987년 첫 시집 《아메리카들소》를 펴냈다.

1996년 제14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다.

2015년 2월 정년으로 교직에서 물러났다. #인기 #윤재철 #가방 #아메리카들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