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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열애 - 신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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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신달자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 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 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 많아 
상처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버려 
고질병 류머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밤 그 통증과 엎치락뒤치락 뒹굴겠다 
연인 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 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나겠다. 

 

 

 

 

 

 

 

○ 신달 (1943 ~ )

 

1943년 12월 25일 경남 거창 태생. 숙명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평택대 국문과 교수, 명지전문대 문창과 교수를 역임했다. 2012년부터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1964년 여성지 ≪여상≫에 시 「환상의 밤」이 당선되었고 1972년 ≪현대문학≫에 「발」, 「처음 목소리」 등으로 박목월의 추천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1973년 40여 편을 수록한 첫 시집 <봉헌문자>를 발간했다. 박목월은 이 시집의 서문에서 “그는 사치나 윤리 그것에 대한 반발이나 관심보다는 ‘아픔의 침묵 속에/ 헌신하는/ 발의 진실을’우리에게 계시하고-중략-폭넓은 인간적 공감을 우리에게 환기시켜 준다”라는 평을 하였다. 유안진, 이향아 시인 등과 ≪문채≫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여성 특유의 심미감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시를 발표하여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였다.

시집 <겨울축제>(1976), <고향의 물>(1982), <아가(雅歌)>(1986), <아가(雅歌) 2>(1988), <백치슬픔>(1989), <시간과의 동행>(1993), <아버지의 빛>(1999), <어머니 그 삐뚤삐뚤한 글씨>(2001), <오래 말하는 사이>(2004), <열애>(2007), <종이>(2011) 등이 있다. 소설의 창작에도 손을 대면서 사회적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서사화한 장편소설 <물위를 걷는 여자>(1989)를 비롯하여 <사랑에는 독이 있다>, <모순의 방>, <성냥갑 속의 여자>, <겨울 속의 겨울> 등을 발표하였다.

수필집 <지금은 신을 부를 때>(1987), <백치애인>(1988), <고독은 가장 깊은 사랑이다>(1996) 등과, <너는 이 세 가지를 명심하라>(2006),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2008),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2010), <여자를 위한 인생 10강>(2011) 등을 간행하였다. 대한민국문학상(1989)을 비롯하여 시와시학상(2001), 현대불교문학상(2007), 영랑시문학상(2008), 공초문학상(2009), 김준성문학상(2011), 대산문학상(2011) 등을 수상하였다. #열애

출처: 신달자  [愼達子]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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