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copyleft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 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 박재삼(1933~1997)

1933년 4월 10일 도쿄 출생. 경남 삼천포에서 성장했으며, 고려대 국문과를 중퇴했다. 현대문학사, 대한일보사, 삼성출판사 등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그 자연에 의지하여 위로와 지혜를 얻지만, 때로는 자연의 완벽한 아름다움과 인간과의 거리 때문에 절망하기도 한다. 박재삼의 시는 1950년대의 주류이던 모더니즘 시의 관념적이고 이국적인 정취와는 달리 한국어에 대한 친화력과 재래적인 정서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 주어, 전후 전통적인 서정시의 한 절정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의 시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구어체의 어조와 잘 조율된 율격은, 그의 시의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을 보장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박재삼 [朴在森]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날이 오면 - 심훈  (0) 2019.08.17
염천 - 정끝별  (0) 2019.08.15
아버지의 그늘 - 신경림  (0) 2019.08.09
빈집 - 기형도  (0) 2019.08.09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0) 2019.08.09